2009년 02월 04일
rough sketch 9.00
터널 속에서의 옅은 잠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오빠와 소녀의 잠든 머리가 지하철의 반동에 맞춰 한 방향으로 흔들렸다. 열 정거장을 홀로 달려가는 전동차 안에서 갈대처럼 출렁이던 머리, 머리, 머리통들. 까마득한 졸음 속으로 빨려들 듯 말 듯 노곤해진다. 육십사분의 일, 삼십이분의 일, 십육분의 일. 얼마나 지났을까. 고개를 들어 보니 대전역이었고, 나는 눈을 비비며 승강장으로 빠져나왔다.
대전역과 영화와 서점에서의 즐거운 오후 한때는 짓눌려 뭉개졌다. 극장에는 관객 대신 빨간 시트가 씌워진 의자와 모서리가 부서진 계단들이 빼곡했고 서점은 말할 필요도 없이 그냥, 후덥지근했다. 바깥으로 나오니 좀 살 것 같았지만, 지하철에 몸을 싣자마자 다시 죽을맛이었다.
용문역쯤 와서 자리가 났다. 어르신들이 너무 많았다. 열 정거장을 서서 갔다. 잠은 오지 않는다.
창 너머를 바라봤다. 지하철의 떨림은 버스의 그것에 비해 덜 격렬했고, 어찌 보면 경미한 정도였다. 밖의 어둠이 흔들리는지 아닌지, 어둠의 무늬와 결이 달라지는지 그대로인지조차 가늠할 수 없다. '내'가 허공에 둥둥 떠 있는 것 같았다. 어느 순간 몇십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낯선 곳에 도착해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꼬리뼈 언저리가 간질거렸다. 터널은 길게 길게 이어졌다. 다음 역은 아직 멀다. 이 곳은 아직 어느 곳이라 이름붙일 수 없는 어떤 곳인지도 모른다.
앞좌석의 대학생이 음료수 캔을 꼭 움켜쥐고 졸음에 겨워 꾸벅거리고 있었다. 잠도 깸도 아닌 어떤 곳을 흔들리는 머리통이 부유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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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몬이라는 이름의 헛소리 :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흔히 체온이 과잉되기 쉽다고 생각하지만, 실상 그것은 거짓 체온이다. '타인들'은 당신에게 절대로 온기를 나누어 주지 않는다.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인구과잉지역을 피하라. 거짓 체온 속에서 당신은 자일리톨에 둘러싸인 충치균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이글루스 가든 - 제대로 된 글 쓰기.
# by | 2009/02/04 20:08 | 생명연습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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